월 류 봉
▶ 소재지 :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 산높이 : 401m
월류봉(月留峯)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에 솟아 있는 해발 400.7미터의 봉우리다. 이름 뜻 그대로 달이 머문다는 이 봉우리는 달이 머물러 갈 만큼 아름답다는 뜻일 테다. 하물며 이곳에선 달이 서쪽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 모양 따라 서쪽으로 흐르듯 달이 머물다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 높지 않지만 빼어난 비경을 지닌 월류봉. 영동 한천팔경(寒泉八景)이라는 것이 이 월류봉의 곳곳을 세분화하여 일컫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한천팔경 중에서도 산세가 빼어나고 준수한 면모를 지녀 첫손에 꼽히는 월류봉이 당연지사 1경이라면, 3경인 용연동은 월류봉 아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소를 지칭한다. 4경 산양벽은 단애 이룬 월류봉의 기암절벽을, 8경은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즐겨 찾던 명승지 월류봉을 감상하며 머물렀다는 한천정사를 말한다.
무자년 새해 벽두부터 지난달 천삼산(819m)산행을 함께했던 멤버가 다시 뭉쳤다. 김윤수(코레일 서울지사 일산승무소 기관사) 대장을 비롯 오병건(고양고속철도 차량관리단), 이효기(건설교통부 철도공안)부대장과 함께 경부선에 몸을 실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산행은 신년산행이기도 하다. 무자년 새해 첫 산행답게 설레는 마음이 한가득하다.
영동역에 내리자마자 낯익은 전경이 펼쳐진다. 영동군 용산면 율리에 새로 갤장된 송천빙장(송천산악 레포츠장) 취재 차 들렸던 것이 꼭 일 년 전의 일이다. 택시를 타고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기실 황간역이 월류봉에서 제일 가깝지만 황간은 기차가 자주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산행 들머리에서 20분 거리의 영동역에서 하차할 수 밖에 없다.
전날까지 이어진 한파는 길까지 얼려 놓았다. 12월 중순경이면 곶감축제를 여는 영동지역인 만큼 가로수는 물론 집집마다 감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비단 곶감뿐일까. 포도, 사과가 유명한 영동의 풍경을 과실나무가 풍요로운 조용하고 아늑한 동네로 뇌리에 새기며 산행 들머리를 찾아 소내마을로 들어선다.
마침 마을 어르신들이 마실 나와 달콤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겨울다운 한파로 움츠렸던 몸을 포근한 햇살 아래에서 녹이고 있었다.
“월류봉 등산하러 왔는데 산행 초입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여기지. 여기로 많이 다녀. 관광버스 타고 한 차로 대거 몰려오기도 해.”
옳거니, 바로 눈앞에 표지기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忠州朴氏世居地之碑(충주박씨세거지지비)’라 적힌 비가 세워져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제일 멋들어진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어르신들은 단번에 사시사철 아름답다고 월류봉을 으뜸으로 치켜세운다.
“여기서 보면 토산이지만 반대편 강가에서 보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봄여름에는 신록이 우겨져서 아름답고 가을에는 단풍 때문에 아름답지. 관광지가 따로 생겼을 만큼 좋아. 드라마<해신>촬영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괜히 달이 머물다 간 산이겠어?!”
그런데 겨울산 정취에 대한 칭찬이 좀 미미하다. 연신 좋다고 자랑이 끊이지 않으면서도….그렇다면 직접 확인을 해보자.
외길로 잘 나 있는 순탄한 오르막을 오른다. 반짝 반짝 빛나는 햇살 머금은 산길 걷기를 30여분, 금강 상류 지류인 초강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 북동쪽으로는 영동역에서 소내로 들어서는 내내 눈길을 끌던 백화산 표성봉(933m)이 우뚝 솟아 있다. 따듯한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월류봉을 완성하는 연봉들을 탐방하기로 한다.
몇 미터 가지 않아 언뜻언뜻 시야가 열리던 것이 완연하게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오르면 ‘호랑이사랑바우’라 불리는 암괴가 있을 거라는 말에 발걸음을 재차 옮긴다. 기자의 눈으로는 호랑이의 형태를 찾아볼 수도 연유도 알 수 없었지만, 호랑이라는 이름처럼 연봉의 능선 상에 만난 호랑이바위는 산용의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포효하듯 그렇게 놓여 있었다. 과히 조망 또한 천하일품이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월류봉 일대의 파노라마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충청권과 영남권을 잇는 경부 고속도로와 살얼음이 언 초강천의 S라인. 산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관이 바로 이곳에 있다.
그만 황홀경에 빠져 길게 숨을 고른다. 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준비했을 따뜻한 밥과 국물은 진수성찬보다 더 맛나다. 꿀맛 같은 점심과 함께 파도치는 산능선을 굽어본다.
“이제 이렇게 완만한 능선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이효기 부대장의 말에 다시 산행 채비를 마친다. 앞으로 어떤 풍광이 펼쳐질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반복해 나간다. 호랑이바위에서 15분을 걷자 월류봉을 이루는 6개의 봉우리 중 유일하게 삼각점이 놓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계속 전진이다. 6분여를 더 가자 월류봉을 이루는 또 다른 우뚝한 봉우리를 만났다. 이곳도 시원스런 풍모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조망지로서 빼어날 뿐만 아니라 기암과 수림이 이룬 조화는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럽게 다가온다.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한반도 모양인가 봐요.
오병건 부대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초강천 건너로 원촌리 구릉성산맥이 한반도의 모양과 똑 닮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유일하게 산행 내내 햇빛 찬란한 양지 바른 장소여서 곳곳마다 묘지가 들어서 있는 명당자리이기도 했다.
10여분을 더 진행하자 삼면이 트인 곳이다. 조망하기 제일 좋은 곳을 찾아 바위 턱에 올라 굽이치는 초강천을 바라본다. 강과 산, 깎아지른 기암과 월류봉 자라게 오롯이 자리한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월류봉의 풍치를 더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뒤로 하고 (주)에넥스 공장 뒤편 임도로 떨어지는 하산길로 접어든다. 경쾌한 내리막길이다.
...월류봉 산행길잡이...
소내마을 초입-(35분)-호랑이사랑바우-(15분)-월류봉 삼각점-(30분)-약377미터 봉-(30분)-원촌리 901번 지방도 지선 도로
교통
: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을 타면 된다. 월류봉 산행 기점으로 황간역이 가까우나 황간역까지 다니는 횟수가 1일 4회밖에 되질 않아 대개는 영동역으로 간다. 서울발 영동행 기차는 오전 5:55부터 1일 28회 다니며 무궁화는 약2시간 40분, 새마을호는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무궁화 13200원, 새마을 19700원, 황간행 경부 하행선은 8:45, 13:20, 17:45, 18:38에 있으며, 서울행 상행선은 6:55, 7:53, 14:06, 20:07에 출발한다. 요금 14100원.
영동역에서는 택시를 이용하여 소내마을까지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요금 15000원선. 날머리에서도 (주)에넥스 공장 초입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으므로 택시를 타야 한다. 요금 13000원선. 콜택시 최진용 ☎011-4512-8162
경호 ☎011-402-0082, ☎043-742-3787.
잘 데와 먹을 데
:황간면 원촌리에 위치한 감나무집(☎043-742-4893), 한천가든(☎744-9944), 강산가든(☎744-2340), 월유봉집(☎742-8652)등이 있다. 영동역 주변에 신영장여관(☎743-3147),힐탑파트(☎744-9172)등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영동은 올갱이(다슬기)국이 유명하다.
볼거리
: 노근리-1950년 6.25전쟁 초기인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4일간 노근리 일대에서 일어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최근 영동군(군수 정구복)은 그동안 수집한 노근리 사건 자료를 한데 모아 자료집을 발간하여 각급 기관 단체와 학교 등에 배포하기로 했다.
영동 송학산천 레포츠장-중부권 최대 규모의 빙벽장이 지난해 개장되었다. 영동군 용산면 율리에 조성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접근이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영동역에서 송천산악 레포츠장까지 택시로 10분이면 당도하며 요금은 7500원선.
지도
: 5만분의 1 영동
<사람과 산> 2008년 2월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