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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사, 김기사


  아부와 거짓말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부는 거짓으로 들통나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꾸민 말인 줄 뻔히 알아도 거짓말과는 달리 아부는 불쾌하지 않다. ‘아부는 나쁘지만 아부 받는 것은 기분좋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아부와 칭찬의 차이는 무얼까. 대개 칭찬은 윗사람이 하지만 아부는 아랫사람이 한다. 아부는 윗사람의 눈에 들기 위한 수단이다. 약간의 비굴을 무릅쓰면 조직에서 빠른 성공으로 가는 처세 요령이기도 하다. ‘권력이 있는 곳에 아부가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흔히 아부는 인류와 함께 진화돼 왔다고 말한다. 양(洋)의 동서를 가릴 것 없이 아부의 역사는 유구하다. 2000여년 전에 쓰인 〈사기〉의 ‘영행열전’ 첫머리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영행’이란 미색이나 아첨 따위로 권력자의 총애를 받는 것을 가리킨다. “아무리 힘들여 농사를 짓더라도 풍년이 든 것만 못하고, 아무리 힘들여 일을 하더라도 임금의 눈에 드는 것만 못하다.” 우둔한 군주에겐 아부가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은유다.

  굴신(屈身)의 역사인 아부는 그 뉘앙스도 시대마다 조금씩 굴절된다.〈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아부(Flattery)의 정의가 무려 10개나 나온다. 그리스시대에서부터 중세까지는 비난과 조롱거리였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경멸의 농도는 점점 옅어진다. 조직사회로 이뤄진 현대에 이르면 아부는 남의 환심을 사려는 치사한 애교쯤으로 치부된다. 〈아부의 기술〉이란 책을 낸 리처드 스텐걸 같은 이는 아부를 각박한 현대 사회의 윤활유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하기도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일 택시기사 체험을 하자 공무원들이 너도나도 따라나섰다는 소식이다. 5급 이상 41명을 포함해 109명이 ‘자발적’으로 택시운전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다.

“윗사람 눈도장 찍기”라는 비판도 있고 “운전대 잡아야 민심 아나”라는 비아냥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국 아부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장관의 복장이 바뀌고, 지사가 기사가 되자 공무원들이 우르르 택시핸들을 잡는 게 요즘 관가 풍경이다. 아부의 뜻이 아무리 좋게 변했다고 해도 이건 코미디다. 아부는 받는 사람은 기분 좋지만, 보는 사람은 역겹다.


                                                   김태관 논설위원

                                                   2009년 3월 19일자 경향신문
 

아부가 출세의 지름길이라해도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의 영혼까지 팔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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