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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13:27

〈경향신문〉말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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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독


  말은 건넬 상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말은 돌아온다. 좋은 말은 덕(德)으로, 나쁜 말은 화(禍)로 돌아올 것이다. 내가 뱉은 말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고 나를 꼼짝없이 옭아매기도 한다. 입은 화가 들락거리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기도 하다. 말은 많이 할수록 위험하다. 말 속에는 진실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도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참말과 거짓말이 날아다니며 향과 독을 내뿜고 있다.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축복이며 저주이다.

  그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하루에 몇 마디만 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요즘은 한 사람의 입에서 하루에 천 마디도 넘게 뱉어낸다고 한다. 그중에서 정말 긴요한 말은 과연 몇 마디나 될까. 그리고 온갖 미디어매체에서 쏟아지는 그 많은 언어 중에서 우리에게 진정 유용한 정보는 몇 개나 될까.

  공자는 ‘교묘한 말이 덕을 어지럽힌다’고 했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모두 빈말, 거짓말, 쓸데없는 말을 경계했다. 말이 말을 낳고 날선 말이 아무나 베어버리는 요즘, 새삼말하기 무섭다.

  불가에는 묵언수행, 천주교에는 묵상기도가 있다. 말의 해악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수행방법이다. 말하지 않으면 말이 보인다. 말이 저지른 죄업이 보이니, 막말의 어리석음을 생각의 지혜로 바꿀 수 있다. 옛 성현들은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말의 근본’이라고 했다. 한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보태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이다. 변명은 다른 변명을,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이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에서 “쇠고기 협상은 미국의 선물”이라는 말을 했다. 망언이다. 우리 음식주권 하나 지키지 못한 조공외교에 치를 떨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 그 민심을 향해 말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국민 자존심은 짓밟히고, 청문회를 재촉했던 민의는 능멸 당했다. 민심은 다 아는데도, 거짓을 거짓으로 감추려 하니 극언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말의 근본을 해치고 있으니, 말은 죄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높은 사람들이 말의 무서움을 모르니, 아래 세상에는 말의 독이 자욱하다.

                                                        김택근 논설위원

                                                        2008년 8월 4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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