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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


감자탕을 시켰는데, 감자가 단 한 조각도 들어 있지 않았다. 기가 막혀서 따졌다. 아줌마는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말했다. “감자가 다 떨어졌어. 원래 감자탕에 감자가 꼭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니잖아. 젊은 사람이 대충 먹지 그런 거 가지고 따지기는.” “그게 뭔 말입니까?” 아줌마는 젓가락으로 돼지뼈를 들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이게 바로 ‘감자’라고 했다. 즉 아줌마는 고구마 사촌 감자가 들어가서 감자탕이 아니라, ‘돼지의 뼈 부위에 감자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감자탕이라는 거였다. 나는 그게 말이 되냐고 계속 신경질을 부렸지만, 아줌마가 하도 완강해서 결국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승복하고 말았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맛없는 감자탕이었다. 인터넷을 맹렬히 뒤져보니, 아줌마가 말한 설도 분명히 있었다. 아줌마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감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감자탕이라는 주장도 강력했다. 하여간 감자탕의 어원이 어디에 있든 감자탕에는 고구마 사촌 감자가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게 보통 사람의 생각 아닐까? 실제로 그러하고 말이다. 서민들은 감자 들어간 걸 원하는데, 권력자들은 감자 없는 감자탕을 내놓고, 따지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고 윽박지른다.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소설가

                                                              2008년 8월 2일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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