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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의 묵상


  폐타이어(廢tire)는 한자와 영어가 만난 말. 여기저기 수출하며 높은 품질 자랑하지만 타이어의 우리말을 찾기는 마땅치 않다. 만드는 기술을 따라잡기가 구르는 바퀴보다 더 바빴으니 물건의 이름을 곱게 다듬는 것쯤은 당연히 뒷전이다. 다 쓰고 버린 것들을 재활용하려고 모아 쌓는다. 구르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은 쌓기에 나쁜 법. 가운데 구멍에 둘레를 끼워 겹치며 어긋매끼로 쌓는 방법은 오랜 경험에서 왔을 것이다. 성찰 없는 경험은 끝없는 무모하고 지혜로운 경험은 어떤 계율보다 아름답다. 닳고 닳은 흔적들은 지나온 길과의 싸움이며 시간의 두루마리. 버려진 것에서 사연을 읽는다. 광이 나도록 오래 쓴 것은 뭔가 모를 안쓰러움, 새것과 다름없는 것은 뭔가의 못마땅함, 한쪽만 닳은 것은 바퀴 정렬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짐작케한다. 길이 평탄해질수록 구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폐타이어들은 달려온 길 위의 궤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너무 빨리 달린 탓에 아무런 기억도 없는 것은 아닐까. 질주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일까. 폐타이어가 달리는 까닭을 묻는다.

                                                                               건축가

                                                                 2009년 3월 20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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